추석 연휴 마지막 날 아이들과 잠깐 다녀 올 곳을 생각하다가 매번 가던 경복궁을 벗어나, 이번엔 창경궁에 다녀왔습니다.
남편이 역사와 관련있는 직업이다 보니, 남편에게 가이드 받을 것을 기대하며 갔는데요~ 남편이 창경궁은 처음이라고 하면서 버벅대네요.ㅎㅎ
함께 거닐어 보시겠어요?
잠시! 창경궁에 대해...
창경궁은 경복궁, 창덕궁에 이어 세번째로 지어진 조선시대 궁궐이다. 조선 왕조는 건국 초기부터 경복궁을 법궁으로, 창덕궁을 보조 궁궐로 사용하는 양궐 체제를 이어왔다. 그러나 역대 왕들은 경복궁보다는 창덕궁에 거처하는 것을 더 좋아하였고, 왕실 가족이 늘어나면서 차츰 창덕궁의 생활공간도 비좁아졌다. 이에 성종이 왕실의 웃어른인 세조 비 정희왕후, 예종 비 안순왕후, 덕종 비 소혜왕후 등 세 분의 대비가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창덕궁 이웃에 마련한 궁궐이 창경궁이다.
창경궁은 왕이 정사를 돌보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생활공간을 넓힐 목적으로 세워졌고, 또한 애초 궁궐로서 계획된 것이 아니라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살았던 수강궁에 몇몇 전각을 보태어 세운 궁궐이다. 따라서 경복궁이나 창덕궁과 비교해 볼 때 그 규모나 배치 등에 다른 점이 많다.
홍화문입니다. 조선시대때 왕이 백성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았지만, 창경궁 홍화문 앞에서는 영조가 균역법에 대한 찬반 여부를 백성에게 직접 물었고, 효심 깊은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하여 백성에게 손수 쌀을 나누어 주며 기쁨을 함께 했다고 합니다.
앞에 보이는 작은 다리가 옥천교입니다. 모든 궁궐 마당에는 시냇물이 흐르는데, 이것은 법전이 있는 궁궐의 안쪽과 외부 공간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고, 산과 짝을 이뤄 좋은 운을 불러들이는 길지가 되라고 궁궐 앞쪽에 일부러 낸 물길이고 이를 금천이라고 불러요. 창경궁의 금천은 '옥천'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에 놓인 다리가 옥천교입니다. 나쁜 기운이 궁궐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옥천교 무지개 사이에는 도깨비 얼굴을 새겼다고 해요.
명정전은 임진왜란 후 광해군이 창경군을 증건할 때 지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요. 단층 지붕에 아담한 규모지만, 궁궐의 정전 가운데에서는 가장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명정전 주위에는 왕이 일상 업무를 보았던 문정전, 독서를 하거나 국사를 논하던 숭문당이 자리 잡고 있어요.
이곳은 왕실 여성의 친숙한 공간의 내전입니다. 경춘전은 정조와 헌종이 태어난 곳이며,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승하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왕비의 침전인 통명전이에요. 내전의 중심 공간으로 규모가 크고 전각 옆에 돌난간을 두른 네모난 연지와 둥근 샘이 있으며, 뒤뜰에는 꽃계단이 마련되어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요. 희빈 장씨가 통명전 일대에 흉물을 묻어 숙종 비 인현왕후를 저주하였다가 사약을 받은 이야기가 유명하죠.
통명전을 중심으로 한 내전 영역에는 대비, 세자빈, 후궁들의 처소로 쓰인 여러 전각이 모여 있어요.
이곳이 후궁들의 처소인듯합니다.
창경궁은 창덕궁과 별개의 공간이 아니었으므로 창덕궁의 후원을 함께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 춘당지는 활을 쏘고 과거를 보던 춘당대(창덕궁) 앞 너른 터에 자리했던 작은 연못 (지금의 소춘당지)입니다. 지금의 춘당지에는 백성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왕이 직접 농사를 지었던 '내농포'라는 논이 있었는데 일제가 이를 파헤쳐서 큰 연못을 만들었고, 1983년 이후에 전통 양식의 연못으로 새롭게 조성한 것이 오늘날의 춘당지예요.
대온실은 1909년 건축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에요. 건축의 뼈대는 목재와 철재로 이루어져 있고, 외피는 온통 유리로 덮여있어요. 당시 새로운 건축 재료였던 철과 유리로 지은 대온실의 외관은 대부분이 고풍스러운 목조 전각인 궁궐 안에서 예나 지금이나 매우 이색적이죠.
일제는 1907년 순종이 창덕궁으로 옮겨온 것과 때를 맞추어 창경궁의 전각들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었으며, 마침내 1909년에 일반에게 개방했어요. 순종을 위로한다는 명목이었지만, 그 목적이 궁궐의 권위를 격하시키려는 데 있었죠.
대온실은 일제의 불손한 의도 아래 훼손된 창경궁의 일면을 보여주는 건축물이에요.
대온실 안에는 식물원으로 여러가지 우리가 흔히 볼 수 없었던 식물들이 많이 있었어요.
집에 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오늘 어떤 게 제일 기억에 남아?" 물었더니 대온실 안에 있던 식물들만 이야기하더군요. ㅡㅡ;;
푸르른 나무들 사이에 흰색의 너는 대체 누구니?
이 나무의 이름은 백송이에요. 백송은 나무껍질이 하얗고 껍질 조각이 오래되면 저절로 떨어지는 특징이 있으며 잎은 3개씩 모여 납니다. 백송은 중국이 원산지인 희귀한 나무로 조선 시대에 중국을 왕래하던 사신들이 가져다 심었대요. 현재는 대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 저 유모차가 옥의 티네요... 좀 치우고 찍을걸...
이 나무는 회화나무인데요. 너무 멋있죠~궁궐 내부에 회화나무가 많이 심겨 있더라고요.
회화나무는 상서로운 나무라 하여 궁궐 입구 주변에 많이 심었대요. 대표적인 예로 창덕궁 돈화문 주변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회화나무군을 들 수 있어요. 이 회화나무는 18세기 말에 심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동궐도>에도 그려져 있대요.
아이들 데리고 돌아다니다 보니 허기져서 창경궁을 뒤로하고 근처에 대학로로 가서 맛있는 늦은 점심을 먹었답니다.
대학로여서 그런지 역시 가격도 저렴하고 푸짐하고 맛나네요 ^^
아이들과 편안하게 나들이하실 분들, 창경궁에서 역사 한번 되짚어 보시고, 마로니에 공원에서 공연도 보시고, (이날은 공연을 못 봤어요. 너무 이른 시간이었는지...) 시간 되시면 연극 한 편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다음에 한번 더 방문하게 되면 좀 더 디테일하게 소개해 보도록 할게요.
오늘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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